마음이 길을 잃었을 때 펼쳐보는 지도
『에티카』로 배우는 ‘자연스러운 삶’의 법칙
의지박약, 피해의식, 자기부정, 공허함, 중독... 마음이 길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수백 번 결심해도 의지는 생기지 않고, 간절히 바랐던 것을 이뤄도 가슴 한 켠이 허전하다. 이유 없이 누군가가 미워지고,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은 너무 빨리 식어 버린다. 불행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언가에 중독되어 소중한 것들을 잃는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려 해도, 잠들기 직전 밀려드는 불안은 피할 수 없다. 왜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왜 내 감정에 내가 휘둘릴까? 왜 내 삶은 답답하고 혼란스러울까?
이 책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이 왜 혼란스러워지는지 알기 쉽게 보여 준다. 『에티카』는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가 그린 ‘마음의 지도’다. 그는 정신과 신체, 욕망과 감정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기하학적 논증을 통해 밝혀내며, 우리가 혼란과 부자유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는 길을 보여주었다. 오늘날까지도 『에티카』는 인간과 자연의 본성을 꿰뚫어 본, 철학사의 걸작으로 꼽힌다.
오랜 시간 ‘신도림 스피노자’를 자처하며 대중에게 철학을 알려 온 저자는 이 위대한 고전을 우리의 일상 속으로 불러온다. 그는 질투심, 후회, 자기비하 등 우리가 흔히 겪는 마음의 혼란에 스피노자의 철학을 비춘다. 그의 해설과 함께 스피노자의 ‘마음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예컨대, 끌리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호감’인지 ‘욕정’인지 ‘야심’인지 ‘사랑’인지 구분하게 되고, 섹스 뒤 찾아오는 공허함이나 잠들기 전 엄습하는 불안의 실체도 파악하게 된다. 더 나아가 중독, 피해의식, 자기부정처럼 삶을 옭아매는 마음의 굴레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또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마음을 알게 되는 만큼, 삶은 가볍고 자연스러워진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지구가 세상의 전부라 믿었던 사람이 지구의 존재가 우주의 먼지만도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도 같다.” 한 독자의 말처럼, 스피노자의 사유는 지금도 우리의 세계관을 뒤흔들 만큼 혁명적이다. 그는 치밀한 논리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생각과 믿음을 단숨에 전복시킨다. 그러나 그 전복의 과정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단단하게 일으켜 세운다. 그의 빈틈없는 논리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바다 앞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듯, 스피노자의 사유 앞에서 우리는 평온한 위안을 얻게 된다. 스피노자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론이 아니라 삶으로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